11월의 화창한 어느 날 아침, 필자는 고속 열차를 타고 교토로 향했다. 가을 단풍 구경 할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그보다 옛 친구들을 만난다는 사실에 더더욱 설레어 있었다. (예전에 교토에 살았었기에) 필자가 예약한 숙소는 교토 북쪽에 새로 문을 연 민박 집이었다. 가까운 역은 쿠라마구치 역. 근처에 친구가 살아서 이 지역은 잘 알고 있었다. 역에서부터 쿠라마구치 도리(길)을 따라 10분정도 걸어가면 보이는 숙소는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 곳은 오래된 지역으로, 관광객에게 인기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교토 특유의 모습을 담고 있다. 신기해 보이는 작은 가게들과 오래된 집들, 현대적인 건물들, 절을 한두개 지나고 나서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해 신발을 벗고 첫 인상부터 정말 맘에 드는 숙소로 들어갔다. 일본 전통 장식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었다. 미닫이 문이 코타츠가 있는 다다미 방과 부엌을 나누어 주었다. 코타츠란, 담요가 씌워진 일본식 낮은 테이블을 말한다. 테이블 안에 붙어있는 작은 열기구가 테이블 밑에 들어간 다리를 따뜻하게 해준다. 녹차 한 잔과 귤만 함께 있으면 그렇게 편한 곳도 없다! 필자가 일본에서 겨울에 가장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다.
다다미가 깔려있는 마루에는 TV와 에어콘이 있고, 적당한 사이즈의 냉장고가 있는 부엌에는 전자렌지와 세탁기도 마련되어 있다. 세탁기 전원을 켜면 일본어로 안내해준다. 세탁물의 무게를 자동으로 재고 얼마만큼의 세척액이 필요한지 알려준다. 부엌 찬장에는 4인용 기준으로 필요한 기구들이 준비되어 있다.
나무로 된 계단은 두 개의 다다미 방이 더 있는 2층으로 안내해준다. 창문 한 곳에서는 기왓장으로 덮인 지붕도 내려다볼 수 있다. 2층 모든 방에 햇살이 잘 들어오는 것이 장점. 푹 잠을 자다 미닫이 문 너머로 내리쬐는 햇살에 일어나는 기분은 너무나도 상쾌했다. 두번째 방에는 편안한 녹색 소파와 깊게 들어간 창틀 밑에 여행가방을 둘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2층에도 에어컨이 마련되어 있다.
혹시나 바닥 위에 깔린 이불 위에 자 본 적이 없더라도 걱정 마시길. 쿠라마구치안에서는 각 투숙객에게 두껍고 좋은 질의 이불을 두개씩 마련해준다. 필자에겐 집에 있는 침대보다도 더 편안하게 느껴진 이불이였다.
필자가 이 숙소를 추천하는 또 하나의 보너스 이유는 투숙객에게 자전거를 빌려준다는 것! 숙소 위치가 교토 중심지는 아니여도, 킨카쿠지(금각사), 긴카쿠지(은각사), 시모가모 신사, 카미가모 신사등으로 가기에 꽤 편한 위치다. 아름다운 고료 신사는 쿠라마구치 역에서 코너를 돌면 바로 보이고, 가모가와 강은 숙소에서 도보로 몇 분 걸리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가면, 기온까지 20-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필자는 여행할 때 주로 비즈니스 호텔들에서 지냈지만, 2명 이상이 함께 여행할 때엔 쿠라마구치안처럼 공간도 더 주어지고, 자유스러운데다 호텔보다 더 편안한 숙소가, 가격은 조금 더 들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숙소는 친절한 국제 커플이 소유하고 있어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편했다. 주인 커플은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지냈어서, 지역 관광지나 볼거리도 많이 추천해 주었다.
지내기 너무 편하고 좋아서 떠날 땐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쿠라마구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