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첫 아키타 여행은 추위에 약한 내게 겨울의 감사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패키지 투어에 참가한 덕분에 서커스와 같은 아슬아슬한 곡예가 펼쳐지는 간토 마쓰리와 그 유명한 이나니와 우동,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그리고 요코테 가마쿠라 눈축제에서의 따뜻한 환대까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경험은 내게 지역 고유의 문화를 알려 주었고, 아키타에는 그저 눈이 많이 오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주었습니다.
아키타 시 전통 민속홀
네부리 나가시 홀이라고도 불리는 이 박물관에서는 간토 마쓰리를 비롯한 아키타 현의 다양한 이벤트에 대해 배웠습니다. 간토 마쓰리는 매년 8월 3일부터 6일까지 열리며 도호쿠 지역의 3대 여름 축제 중 하나입니다. 지역 주민들은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대나무 장대에 점등한 등을 매달아 ‘간토’라고 부르며 드는데, 벼 이삭처럼 보이는 이 장대는 많게는 65kg까지 나간다고 합니다. 수백 명의 공연자가 이 장대를 이마나 어깨, 엉덩이, 손바닥 등에 올리고 능숙하게 균형을 잡습니다. 박물관에서 지역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5kg짜리 장대를 손바닥에 올려 보았습니다. 요령만 익히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으나 다른 부위에 올리려면 수년간의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총 280개의 간토가 마쓰리에 사용되었다고 하며, 올해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겐도
JR 아키나 역과 박물관 가까운 곳에 있는 합리적인 레스토랑으로 지역 음식을 맛보기 좋은 곳입니다. 점심으로는 일본의 3대 밀가루 우동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이나니와 우동을 포함한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손으로 잡아 늘인 면은 보통 우동 면보다는 얇고 평평합니다. 눈을 맞고 온 후였기에 몸은 따뜻한 우동을 원했지만, 면의 식감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냉우동을 주문했습니다. 예상보다 단단하거나 쫄깃하지는 않았지만, 건조 우동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부드러웠습니다. 이 외에 ‘하타하타(일본식 도루묵),’ ‘이부리갓코(훈제 단무지),’ 기바사(얇은 해조류)’와 같은 반찬도 내게는 새로운 맛이었습니다.
후루사토 마을
가마쿠랜드라고도 불리는 관광 단지는 아키타 현 최대 규모의 기념품을 판매하며, 전통 민속 공예 전시와 예술과 공예 공방, 박물관 두 곳, 지역 음식을 제공하는 카페 등의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아키타 현립 근대미술관으로 가는 나선 계단 벽면에 전시된 다섯 점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시리즈였습니다. 현지 스테인드글라스 예술가인 시다 마사토 씨가 아키타 출신의 판화가였던 가쓰하라 도쿠시(1904-1971)의 판화 작품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제작한 것입니다.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은 시다 씨는 정통 ‘그리자유’ 기법을 도입해 원판에 표현된 겹쳐진 색과 패턴을 재현해 냈습니다. 그 결과물은 기성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차별화된 동서양이 만난 듯한 전례 없는 글라스 표현이었습니다. 시다 씨에 의하면 그리자유 기법은 일본에서는 흔히 쓰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념품 가게 구역은 1만 개에 달하는 상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기념품으로는 이나니와 우동과 요코테 야키소바(볶음면), 벚나무 껍질로 만든 전통 공예품, 지역 사케와 크래프트 맥주 등이 있습니다. 나는 발효 콩인 ‘낫토’를 넣은 미소시루인 ‘낫토지루’와 버터맛 ‘모찌,’ ‘준사이(순채)’를 샀는데, 미소시루는 맛있을 뿐 아니라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크림색의 찰진 떡은 버터 향이 나면서 약간 달고 쫄깃쫄깃합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제철 딸기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점액성의 수채인 ‘준사이’는 별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아키타가 준사이의 최대 생산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제철인 여름까지 기다리기가 어려울 정도였는데 드디어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
요코테 가마쿠라 축제
매년 2월 15일에서 16일까지 열리는 축제로 4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눈덩이 속을 파서 만든 이글루처럼 생긴 오두막 ‘가마쿠라’가 무수히 많은데, 큰 가마쿠라가 백여 개, 그리고 도시 곳곳에 작은 가마쿠라 수천 개가 있습니다. 각각의 대형 눈 돔 안에는 물의 신을 기리기 위한 제단을 만들고, 새 해 쌀 풍년을 기원합니다. ‘가을 쌀 밭’을 뜻하는 아키타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일본 양질의 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겨울 눈은 쌀 재배에 물만큼이나 필수적인데, 산에서부터 녹아내린 눈이 봄에서 가을까지 물을 공급해주기 때문입니다. 한 80대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이 축제는 옛날 이곳이 극심한 가뭄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을 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큰 가마쿠라는 높이가 2m, 넓이가 3m에 달하며 성인 몇 명이 들어가도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합니다. 안에서는 현지 어린이들이 전통 복장을 하고 화로 주위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따뜻한 ‘아마자케(달콤한 발효 술)’와 구운 모찌 한 조각을 권합니다. 어린이들은 내게 이 모찌가 근처 제과점에서 현지에서 재배한 쌀로 만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해주었습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달콤함과 굉장히 쫄깃한 식감 덕분에 아키타에서 먹은 것 중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온 마을에는 가마쿠라의 미니어처도 수천 개 있습니다. 해 질 녘 그 안에 촛불을 밝힌 가마쿠라가 황홀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가장 추천하는 장소는 후타마초 가마쿠라 거리 근처의 강둑인데, 이곳에서 바다를 이루는 미니어처 눈 돔이 어둠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은 가마쿠라 주위를 산책하거나 가까운 다리에서 이를 내려다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조명이 켜진 요코테 성도 구경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언덕을 올라야 하지만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도시의 풍광과 성은 그만한 노력의 가치가 있습니다. 에도 시대부터 보존된 사무라이의 거주지가 늘어선 하구로마치 부케야시키 거리도 놓치지 말아야 할 사진 명당입니다. 요코테 미나미 초등학교 앞에 있는 것은 학생들의 작품입니다.
행사 기간 내에는 무료 순환 버스를 탈 수 있지만, 소개한 명소들은 도보 10~15분 거리에 있으므로 걸어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너무 피곤하거나 추울 때는 각 장소 근처에 설치된 휴게소 앉아 난로를 쬐며 몸을 녹일 수 있습니다. 현지인이 제공하는 음식을 다 먹고서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면 시청 옆 축제의 중심 지역에 위치한 홋코리 요코초로 가면 됩니다. 야키소바와 디저트, 현지 사케 등을 판매하는 10여 곳의 노점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발견한 아키타 현
눈 덮인 아키타 현은 평소에 선호하는 여행지는 아니지만, 이곳에 가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축제 공연을 하는 방법을 배우고, 현지 음식을 맛보고, 독특한 공예품을 발견하고, 현지인과 어우러지고, 또 그림 같은 축제를 직접 눈으로 본 이 모든 경험은 처음 왔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습니다. 물과 눈, 그리고 쌀농사의 성공과의 연관성을 깨닫게 된 것도 내겐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겨울을 소중히 하고 가장 자주 먹는 주식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꼭 다시 한번 방문해서 아키타 현의 모든 풍경을 눈에 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