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인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는 일본 전국 3만여개 이나리 신사들의 본궁이며 대신사에요.
이나리 신사는 곡식, 또는 오곡의 신인 우카노미타마노카미(이나리)를 모시는 곳으로 이나리 신이 여우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믿는 곳이에요. 신사 정문에서부터 여기저기서 여우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신사로 바로 들어가기 직전엔 건물 양쪽에 창고열쇠를 물고 있는 여우와 곡식을 물고 있는 여우상을 볼 수 있어요.
JR 이나리 역에서 내리면 바로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로 들어가는 거대한 첫번째 도리이가 보여요. 여기서부터 경내 배치도가 그려져 있어요. 수천개의 도리이길을 올라가다보면 지도가 곳곳에 나오는데 그때마다 다른 지도를 볼 수 있어요. (그 지도의 위치에서부터 다시 그려진 지도랍니다.)
첫번째 도리이, 두번째 도리이와 그 뒤 로몬(누각이 있는 대문)을 지나면 수많은 사케를 진열해놓은 외배전이 나오고, 그 뒤로는 사람들이 기도를 드리는 혼덴이 있어요. 제가 갔을 땐 혼덴 안에서 전통예복을 입은 사람들이 예식을 드리고 있었어요. 바로 옆 조그마한 건물에서 간간히 악기연주도 하고 춤도 추길래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경호원 분께서 찍지 말라고 하셔서 아쉬웠다는..
혼덴 왼쪽에 도리이 모양의 에마(소원을 적는 나무판)에 소원을 적고 오른쪽을 보면 센본 도리이(천개 도리이)길로 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이름은 '센본'이지만 사실 천개가 넘는 도리이들이 산길을 둘러싸고 있어요.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어린 치요역을 맡았던 배우가 달렸던 도리이길도 여기에서 찍었다고 해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도리이가 세워졌지?'라는 궁금증이 당연히 생겼는데, 알고보니 대부분의 도리이들은 개인이나 단체에서 사적으로 세운거라고 해요. '부'를 가져다주는 신인 이나리에게 도리이를 봉헌함으로써 소원성취를 비는 형식인데요, 도리이 뒤를 보면 언제 누가 세운 도리이인지 써 있답니다.
센본 도리이길을 걷다보면 중간에 두갈래로 갈라지는 길도 나오는데 어느 길로 가도 돌아오는 길은 반드시 나오니 걱정마시길. 단 갔던 길로 다시 돌아오면 재수없다는 설이 있으니 다른 길로 내려오시길 바래요 :)
저는 산 정상까지 올라갔었는데요, (중간에 길을 잃어 한적한 숲길로 빠졌다는..) 솔직히 산 정상까지 가도 딱히 특별하게 볼 건 없어요. 수많은 여우상과 기도를 드리는 곳들, 그리고 도리이들만이 가득한데요. 내려오는 길에 교토 남부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쉬었다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정상까지 가진 않더래도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건 정말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바위나 탁상 같은 곳에 앉아서 쉬었다 갈수도 있고, 목이 마르거나 출출하신 분들을 위해 간식거리도 팔고 있답니다.
제가 갔을땐 사람이 너무 많아 센본 도리이길 초입구에선 걷기도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람도 적어지고 좀 더 한가롭게 도리이길을 만끽하실 수 있으니, 조금 힘드시더라도 편안한 차림으로 전망대까지 꼭 올라가셔서 멋있는 경치 구경하고 오세요! :)